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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

청주 풍주사 여행 일기 - 물에 잠긴 법당 3 - 분평은사우나 찾아가기

by 사찰 여행일기 2022. 10. 28.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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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옹아멍멍해봐

     

    애견용품점에서의 사료값은 인터넷에서 고르고 골라 저렴하게 구매한 상품에 버금갈 정도로 저렴해 보였다.

    구체적으로 킬로당 가격을 비교해 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라면 이것저것 다 맛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제품이 좋아 보였다.

    아무리 사람보다 짐승이 더 좋다며 반려견이라는 특급대우를 하며 먹을 것부터 해서 애지중지 한다 하지만 가격대가 정말 미쳤다.

    금으로 만든 사료인가? 싶을 때도 있다.

     

    아무튼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을 보니 너무 좋다.

    청주에 사는 사람 중에 애견 애묘인이 있다면 이곳을 참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바퀴 가게를 둘러보니 대형견 한 마리가 있다.

    아주 검은 개인데 레브라도 레트리버인가?  품종은 잘 모르겠지만 순하고 좋았다.

     

    물건을 살 것도 아닌데 서성거리는 것도 이상하다. 주인께서 지나가다 말을 거시니, 그냥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보러 왔다 이야기한다.

     

    곧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목적은 이곳이 아니니 나가자.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자 비싼 차가 맞이한다.

     

    조금 전에 들어오신 손님분이 몰고 온 차인가 보다.

     

    휴대폰을 들어 미리 알아봐 둔 찜질방을 검색한다.

    밤바람은 차고 이대로 서성거림이 지속된다면 감기가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늦기 전에 온기에 몸을 맡기고 싶은 생각에 정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본다.

    분명 전에 찾았던 곳은 정거장 근처였는데, 와서 검색하니 20분 이상 걸어야 하나보다.

    살짝 귀찮아지려고 하지만, 귀찮다고 길바닥에서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길바닥에서 자 본 적은 없지만, 오늘과 같은 날씨에 길바닥에서 잔다면 틀림없이 입이 왼쪽으로 돌아가고 왼쪽 볼이 납작하게 눌릴 것이며 눈살은 밀려서 주름진 상태로 반쯤 감겨서 병원에 실려갈 것이다.

     

    그만큼 추운 날 길바닥에서의 꿀잠이 무섭다.

     

    분평은사우나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다른 곳은 더 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휴대폰이 현재 위치를 갱신하며 목적지를 향해 안내를 한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위치를 갱신하는 지도와, 명령에 복종하는 병사처럼 충실하게 그것을 따르는 사람이 있을 뿐.

    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느끼겠는가?

     

    밤늦은 시간에 누가 봐도 운동하러 나오신 듯한 걸음걸이로 어깨를 씰룩거리며 힘차게 걷는 아주머니와,

    무언가를 몰두하며 걷던 덩치 큰 여학생(?)이 걸어가다가 인도 턱 아래에 발을 헛디뎌서 넘어지는 장면,

    퇴근하고 친구들과 놀러 나와 모임을 가지는 직장인들을 보았다.

     

    그저 평범한 도시의 풍경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이 낯설고 기억에 남아 생각을 떠올려본다.

     

    아마 자신은 평범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한 남자가 그들을 보며 밤늦게 어깨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도, 걷다가 넘어지는 모습도, 모임을 가지며 친구 혹은 직장 친구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다 부러웠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 생각이 떠오른 건 아닐까?

     

    여유를 부리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유가 없는데 여유를 부리는 건, 너무 지쳐서 템포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보기에 여유 부리는 듯, 느릿느릿 건성건성 일 하는 듯 보이는 건 그 때문 아닐까?

     

    물론 지치지 않은 상태이면서 나태함에 빠져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다.

     

    저런 모습에서 느껴지는 평범함, 일상의 모습에서 각 개인의 인생 중 파편 일부분을 엿보았고 그 속에서 그들의 힘든 부분은 배제하고 여유만을 콕 집어 부러워하고 있다.

     

    개인의 시선은 간사하다.

     

    어느덧 몇 블록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 건너 분평은사우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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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27 - [여행일기] - 청주 풍주사 여행 일기 - 물에 잠긴 법당 3 - 분평은사우나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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