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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텐트를 치기 전에는 공기가 매우 차갑다.
쌀쌀한 공기가 온몸을 떨게 하는 것보다 더한 건 아무도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구석에서 텐트를 설치하는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원터치 원터치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텐트를 치고 그 안에 가방, 신발, 침낭, 침낭도 추우니까 침낭 바깥에 큰 비닐봉지를 둘렀다.
다행히 잘려는 시간에는 심하게 춥지는 않다.
혹시 몰라 준비했던 다이소 표 밀랍양초를 켜 보고, 똑딱이 핫팩을 사용해 봤다.
핫팩은 생각보다 따뜻하진 않지만 배안에 넣어두고 효과가 오래가길 기도했다.
어릴 때 써봤던 똑딱이 핫팩.
촛불이 너무 예쁘다.
하지만 그리 오래 켜진 못하고 질식사할까 봐 꺼버리고 잠을 청했다.
...
한참을 자다가 깬 시간은 5시 36분.
무릎부터 시작해서 온 몸에 냉기가 덮쳐온다.
나는 벌벌 떨면서 초에 불을 붙였다.
초는 빛을 뿜어내며 예쁘게 불타올랐다.
10분쯤 지났을까? 어느새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효과가 있나 보다.
텐트가 외풍이 안 불어서 온기가 안에서만 도나보다.. 좋다.
버스가 온다. 인기척을 죽이기 위해 촛불을 끄고 숨을 죽였다.
첫차의 기사가 차에서 내려 나의 텐트 옆을 지나간다.
내 옆으로 지나가 주변에 있던 컨테이너 상자 사무실? 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사라진 듯하다.
나는 황급히 텐트를 철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서 준비해 온 미숫가루 담은 500미리 생수통에 물만 들어있는 생수통의 생수를 옮겨 담고 섞었다.
많이 흔들고 잘 섞은 후 그것을 맛나게 다 먹었다.
이제 사람이 오기 전에 도망가야 할 차례다.
급한 마음으로 텐트 밖으로 나섰다.
텐트 내부의 짐들을 텐트 바깥으로 다 꺼내고 텐트를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터치가 참 아쉽다.
어찌어찌 가방에 구겨 넣고 먹은 음식들의 빈 봉지들과 페트병을 버리기 위해 제천역을 다시 돌아갔다.
역사 내부에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로 가서 상태를 체크했다.
2022.10.11 - [여행일기] - 영월 약사암 여행일기 1 - 출발
2022.10.14 - [여행일기] - 영월 약사암 여행일기 2 - 노숙
2022.10.14 - [여행일기] - 영월 약사암 여행일기 3 - 길을 헤메다
2022.10.14 - [여행일기] - 영월 약사암 여행일기 4 - 큰법당
2022.10.18 - [여행일기] - 영월 약사암 여행일기 5 -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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